소비지출의 본질
소비지출은 일 년 동안 최종재로 생산된 제품 중에서 가정이 구매하여 사용하는 상품들의 전체 시장 가격을 의미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소비'와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여기서 '소비'는 가정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과정을 가리키며, 소모되는 상품의 종류에 따라서 비내구재 소비와 내구재 소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내구재 소비는 사과나 음료, 쌀 같이 사용하면 곧바로 소진되는 상품을 말하고, 내구재 소비는 자동차나 냉장고처럼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비내구재를 위한 지출은 당연히 소비에 포함되지만, 내구재에 대한 지출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내구재의 경우, 구입한 해에 지출된 금액이 모두 그 해에 소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 그 해에는 내구재가 감가상각되는 부분만이 소비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10년 수명의 자동차를 샀다면, 매년 그 가격의 10분의 1이 소비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를 위한 지출의 관점에서 '소비지출'을 이야기할 때는 그 해에 내구재 소비를 위해 지출된 금액 전부를 포함시킵니다. 이렇게 내구재 소비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와 소비지출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두 개념 중 어느 것을 사용할지는 분석의 목적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국민경제에서 생산된 상품의 총수요를 분석하는 경우에는 소비보다는 소비지출이 더 적합한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상품의 총수요를 말할 때는 상품의 성격을 떠나 지출된 전체 금액을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란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소비와 소비지출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현실에서 이 두 개념 사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 일반적으로 구분 없이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문에서도 소비지출을 간단히 '소비'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소비지출을 결정하는 처분가능소득
소득의 규모가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은 널리 인정되는 사실입니다. 복잡한 경제 이론을 들먹일 필요 없이, 높은 소득은 더 높은 소비 수준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일반적인 지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개별 인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소득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소비 또한 증가하는 경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금 납부 이후에 남는 소득, 즉 가처분 소득(disposable income)이 소비 수준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세금을 납부한 뒤에 남는 금액이 적다면 소비 수준 역시 높지 않습니다. 가처분 소득이 증가할수록 소비도 함께 증가하는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소비와 가처분 소득 사이의 관계를 단순화하여 1차 함수로 나타낸 것을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소비 함수(Keynesian consumption function)라 칭합니다. 이 함수는 소비를 결정짓는 다양한 요소들과 소비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방정식입니다. 가처분 소득의 절대적인 크기가 소비 패턴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는 이론을 절대소득가설(absolute income hypothesis)이라고도 합니다. 이 가설은 케인즈의 소비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소득 수준이 소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합니다.
소비를 결정하는 다른 요인들
소득 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소비 패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처분 소득이 소비의 주요 결정 요소라는 점은 명확하지만, 그 외의 다양한 변수들 역시 소비 수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그러한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재산(Wealth): 소득 이외에 소비자들의 소비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소유하고 있는 재산입니다. 재산에는 부동산, 귀중품, 자동차와 같은 실물 자산뿐만 아니라, 은행 예금, 주식, 채권 같은 금융 자산도 포함됩니다. 소득이 적더라도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재산을 현금화하여 소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소비 수준은 소득 수준보다 훨씬 높을 수 있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재산 가치가 증가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됩니다. 이를 '재산 효과'라고 하며, 가격이 하락하여 재산 가치가 줄어들면 소비 지출이 감소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경제가 경험한 심각한 침체는 바로 이러한 재산 효과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 물가 수준(Price Level): 물가 상승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돈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이는 구매력, 즉 동일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감소함을 의미합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모든 명목 자산의 실질 가치가 감소하게 됩니다. 명목 자산이란 그 가치가 특정 화폐 단위로 고정된 자산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물가가 두 배로 상승하면, 일정 금액의 예금을 가진 사람들은 그 예금의 실질 가치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재산 중 명목 자산의 실질 가치가 감소하면, 이는 가계의 실질 재산 감소로 이어져 소비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 변동에 따라 가계가 보유한 재산의 실질 가치가 변하면서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실질 자산 효과'라고 합니다.
- 이자율: 개인이 저축을 할 때, 예상되는 이자 수익을 고려하여 저축량을 결정하곤 합니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이론적으로는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자율의 상승이 소비 감소로 직결된다는 명확한 이론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채를 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자율 상승은 부채 상환 부담을 증가시켜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자율이 실제로 소비와 저축 행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 미래 소득 기대: 어떤 이가 현재는 자금이 부족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높은 소득을 얻을 것이라 기대할 때, 이는 그의 소비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곧 변호사로서 활동을 시작해 매달 상당한 소득을 예상하는 사람이 미래의 수입에 기반해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개인의 소비 수준은 현재의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에 예상되는 소득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현재와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가 소비 수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소비 결정 요인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접근을 제공했습니다. 이 분야에서의 연구는 프리드먼(M. Friedman)의 항상소득이론과 모딜리아니(F. Modigliani)의 생애주기이론을 포함해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