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성의 정의
우리는 소득과 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선호하지만, 공평성이란 개념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공평성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무엇이 공평한 분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가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공평성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평성을 평등성으로 바꿔 표현하면 더 객관적인 정의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평등성 역시 모든 사람의 소득이 균등하게 분배되는 것 이상을 의미하므로 아직도 문제가 남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소득과 재산이 동일하게 분배된 상태를 균등한 분배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이를 평등한 분배라고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공평한 분배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다수의 동의가 있지만, 정확한 공평한 분배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하기 어렵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해 공평한 분배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공평성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 객관적인 접근이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분배의 정의
철학자들은 공평한 분배에 대한 문제를 "분배에서의 정의"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왔습니다. 이것은 어떤 분배를 정의로운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 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한 이후로 2,000여 년이 지났지만 철학자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 일치가 없으며, 각기 다른 견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분배에 대한 다양한 학파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평등주의적 정의관과 자유론적 정의관입니다. 이 두 학파는 분배에서의 정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관심을 끕니다. 먼저, 평등주의적 정의관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이들은 평등성이 정의의 핵심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등한 분배"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심지어 평등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지분을 받는 균등한 분배를 지지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해석은 평등성을 "최소한의 생활 수준"에 대한 동등한 권리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즉, 아무도 최소한의 생활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가 평등주의자들이 정의로운 분배로 간주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자유론적 정의관은 공정한 분배를 위한 주요 요소로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강조합니다. 또한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정의 아래에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정의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평등주의가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자유론적 정의관에 따르면, 개인이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소득이나 재산을 보유하는 상태가 바로 정의로 인정되는 분배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결과보다는 절차상의 공정이 더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이로 인해 현실의 분배가 불공평하더라도 절차적 공정이 지켜진다면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결과에 대한 정의를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등주의자들과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견해의 차이로 인해 두 학파는 재분배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취합니다. 자유론적 정의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재분배 정책이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여깁니다. 반면에 평등주의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을 지지하며 이러한 정책에 대한 정당성에 대한 문제를 별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공리 주의적(UTILITARIAN) 정의관은 이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논의를 이끄는 철학적 입장 중 하나입니다. 벤더(J. Bentham)는 공리주의 철학을 제시하며,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가시키는 것이 도덕적 기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원칙은 "유용성의 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사회의 총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분배 상태라고 여깁니다. 다시 말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 정의로운 분배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배 상태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소득과 재산이 골고루 분배되어 있는 상태인가, 아니면 소수의 사람들이 이를 독점하는 상태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그러나 공리 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평등한 분배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롤즈의 최소극대화원칙
현대 철학에서 분배의 정의 문제를 다룰 때 빠트릴 수 없는 핵심 인물 중 하나는 존 로울스(J. Rawls)입니다. 그의 저서 '정의론' (A Theory of Justice)은 분배의 정의에 대한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정의관은 최소극대화 원칙(maximin principle)으로 요약됩니다.
로울스는 모든 사람이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 뒤에 감춰진 상황인 원초적 상황(original position)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합니다. 무지의 장막 뒤에 감춰져 있다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 원초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회의 기본 원칙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룹니다. 이 상황은 루소(J. J. Rousseau)의 사회계약론과 유사한 면이 있어서 롤즈의 정의관을 '계약론적 정의관'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사회질서의 선택 과정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얻으려면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고 비편견 없는 태도를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사회 질서를 고집한다면 공정한 사회질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자기 중심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울스는 이러한 원초적 상황에서 선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의의 원칙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넓은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사회 및 경제적 불평등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평등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해당 불평등성이 모든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개인에게 더 많은 자원이 분배되는 경우, 이는 그 개인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개인에게도 어떠한 형태의 이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불평등성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가 열린 직위나 직책과 연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특정한 직위나 직책을 가지게 되면 더 많은 자원을 받을 수 있는 불평등성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두 가지 원칙 중에서 롤즈적인 정의관을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은 두 번째 원칙입니다. 롤즈는 이 원칙을 "차등의 원칙" 또는 "difference principle"라고 명명하며, 이를 통해 "최소극대화의 원칙"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최소극대화의 원칙은 평등주의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의 최빈층인 가장 가난한 사람의 삶을 최대한으로 개선시키는 원칙이 지원됩니다.
롤즈는 이러한 원칙이 복지정책이 통합된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사회체제와 호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체제에서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체제에서도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1960년대의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진보의 시대에 큰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경제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곤과 빈곤선 (2) | 2024.01.31 |
---|---|
경착륙(Hard Landing)과 연착륙(Soft Landing) (0) | 2024.01.30 |
화폐의정의와 역사 (0) | 2024.01.29 |
국민총생산에서 삼면등가의 법칙 (0) | 2024.01.27 |
금융시장 (0) | 2024.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