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정의
'화폐'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돈'으로 연상되지만, 현실에서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는 돈을 많이 번다."라는 문장에서 '돈'은 소득을 나타내며, "돈 많은 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경우에서는 부를 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화폐'라는 용어는 소득이나 부를 포함하지 않고, 교환의 매개물 또는 거래의 지불수단을 좁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교환의 매개물이나 거래의 지불수단을 언급할 때, 일반적으로 정부가 발행한 지폐나 주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 경제에서는 수표, 어음,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는 거래가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화폐'의 범위에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표, 어음, 신용카드와 같은 교환 매개물 및 거래의 지불수단도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전자화폐, 가상화폐,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화폐도 등장하여 '화폐'의 범주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화폐의 세가지 기능
(1) 교환매개의 역할
교환매개(medium of exchange)의 역할은 거래 과정에서 화폐가 보편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환매개의 중요성은 화폐 없이 물물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제를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옥수수를 생산하는 A씨가 사과를 필요로 하고, 사과를 생산하는 B씨는 옥수수를 필요로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A씨와 B씨가 운 좋게 서로 만날 수 있다면 옥수수와 사과를 교환하여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욕망의 상호일치'(자가 coincidence of wants)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화폐가 존재하면 모든 경제 주체가 이를 거래의 매개물로 사용하며, 그 결과 자신이 보유한 물건을 다른 물건과 교환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따라서 화폐가 존재하면 적합한 거래 상대를 찾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으며, 이로써 경제의 생산성이 현저하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2) 가치측정의 역할
가치측정(unit of account)의 역할은 각 상품의 가치가 화폐의 단위로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폐가 없다면 어떤 특정한 상품을 기준으로 가치를 나타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토끼가 가치측정의 기준이 된다면, 운동화의 가치는 토끼 세 마리, 휴대폰의 가치는 토끼 스무 마리 등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상품을 가치측정의 기준으로 사용한다면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화폐가 아닌 상품을 가치를 나타내는 방식은 매우 불편하며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3) 가치보존의 역할
한 농민이 가을에 수확한 과일을 저장해 두고, 다음 봄에 이를 팔아서 자녀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 대신에 과일을 가을에 팔아 현금으로 보관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화폐는 구매력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가치보존(store of value)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과일을 보관하는 것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돈으로 보관하는 경우 작은 금고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이를 통해 화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치를 보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화폐의 역사
화폐라는 개념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로 지폐나 주화를 떠올리지만, 이러한 형태의 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주화의 경우에도 그 역사는 몇 천 년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지폐는 18세기에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처음 교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쌀, 밀, 베, 소금, 가축과 같은 상품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품을 상품화폐(commodity money)라고 부르며, 이를 화폐로 사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경제의 진화와 함께 쌀이나 베와 같은 상품화폐를 대신하여 금, 은, 구리와 같은 금속화폐가 등장했습니다. 금속으로 만든 화폐는 다른 상품보다 화폐로서의 기능을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을 주화 형태로 만들면 운반이 용이하며 위조가 어렵고 변질되지 않기 때문에 급속하게 상품화폐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화폐의 역사는 영국 파운드(pound)와 같은 화폐 단위의 어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속화폐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화폐 수요가 증가하는데, 금속화폐는 한정된 공급으로 인해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귀금속의 공급을 확보하려면 새 광산을 개발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상당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또한 금화에서 금을 조금씩 스크래치하여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시중에는 저질의 주화만 유통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겪은 사람들은 18세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폐는 주화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비용 효율적으로 생산 가능하며 공급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폐는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가 없는 종이조각일지라도, 태환성을 통해 필요 시에 지폐를 금이나 은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지폐를 태환지폐라고 합니다.
태환지폐가 일반적인 지불수단으로서 인정받게 되면서 실제로 태환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금이나 은으로 교환해 주는 약속이 없는 불환지폐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환지폐가 화폐로 사용되는 이유는 정부가 그 가치를 보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정부가 법적으로 그 가치를 보증하는 법화(legal tender)로 분류됩니다. 결국, 법화는 모든 사람들이 그 가치를 믿고 인정한 결과물로, 사회적으로 공인된 약속의 산물입니다.
최근 금융 제도의 발전으로 법화뿐만 아니라 수표도 널리 교환의 매개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신용카드가 등장하며 법화나 수표를 대신하는 편리한 지불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에는 전자화폐, 가상화폐, 암호화폐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지불수단이 등장하여 실제 거래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지불수단들을 화폐로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휴대폰만 갖고 나가도 모든 거래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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